[뇌질환 정복 도구 개발...방사선 개발이 뇌연구 새 장 열어]
양전자방출단층촬영검사(PET-CT)는 주로 암 발견이나 신체 이상을 감지하는데 활용되지만 뇌 영상 촬영에도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다.
지난 7월 9일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총 3750만 달러의 거금을 내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표는 ‘기억 생성 및 인출 메커니즘 규명과 이 메커니즘을 자극해 기억력을 복구하는 장치 개발’이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개발해 달라는 것처럼 허황돼 보이기까지 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이 ‘장치’의 역할은 군인이나 참전용사들이 흔히 앓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나 기억력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다. 장치 개발을 맡은 두 연구소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UPenn)와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대(UCLA)다.
이들 연구소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UPenn 연구진은 우선 간질환자 100명을 모아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억력 게임을 하게 하면서 그들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활성을 기록한다. 점수에 따른 전기활성 패턴 차이를 비교해 뇌의 성능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을 만든다. 이 알고리즘에 따라 각 환자의 뇌에 이식된 전극에 전류를 흘려보내고, 이 과정을 제어해 개선을 유도하는 식이다.
UCLA 측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뇌를 실시간으로 자극하는 이식 장치를 활용할 계획이다. 내후각피질 안에 있는 특정 회로를 표적으로 하여 뇌를 직접 자극해 뇌손상을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양대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최근 이 뉴스를 전하면서 “뇌손상이나 퇴행성 신경 질환 등으로 기억을 상실한 사람들이 이 장치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기억을 복구할 수 있는 장치는 없으며, 과도한 기대를 갖지 마라”고 선을 그었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은 자기장을 이용해 사람이 각종 행동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뇌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이뤄지는지를 보여 준다.
fMRI 등장이 새로운 학문 분야 개척
뇌는 뼈나 관절, 장기 등 다른 신체 부위와 다르다. 부러진 뼈는 고정시켜 붙이면 되고, 상처 입은 장기는 꿰매면 되지만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겉으로 판단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뇌 질환이나 손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미경의 배율을 높이거나 상처 입은 부위를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 치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뇌 질환 치료나 뇌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 장비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뇌 속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등의 화학작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얘기다. 관찰해야 할 뉴런이나 해마 등 요소도 셀 수 없이 많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각종 현상을 종합해 통계 처리를 하고 흐름을 읽는 방식으로 점차 접근해 나가고 있다.
고대 시대에는 주로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 정이나 끌이 사용됐다. 직접 두개골을 뚫어서 외과 치료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1930년대 전두엽 절제술이 발달하면서 뇌에 접근하는 방식과 기구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의사 월터 프리먼은 두개골을 뚫는 대신 안구를 통해 뇌로 들어가는 기구를 고안해 냈다. 전두엽 절제술의 폐해와는 별개로 이 기법은 현대 뇌 수술의 전기로 평가받는다.
뇌의 기능을 밝혀내는 장치는 외부에서 내부를 투과할 수 있는 방사선의 발견과 역사를 함께한다. 1980년대부터 본격 등장한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은 뇌의 해부학식 구조를 명확하게 밝혀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해부를 통해 알 수 있는 뇌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머리 속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뇌 과학 시대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fMRI를 이용해 촬영한 뇌 신경회로의 변화
1990년대 중반부터는 ‘뇌 영상’ 시대로 분류된다. 뇌 영상 기술은 심리학, 철학, 인지과학 등과 결합하면서 뇌의 겉모습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생각에 접근하고 있다. 뇌전도검사(EEG),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등이 뇌 영상 대표 장비다.
뇌 영상 도구를 활용한 연구의 기법은 대부분 비슷하다. 최근 연구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fMRI의 경우 피시험자를 원통형의 자장 안에 들어가 누운 상태로 스크린을 보게 한다. 제시되는 문제를 선택하거나 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에 따라 뇌 내부의 움직임을 해부 구조 위에 다양한 색깔로 보여 준다.
이 같은 방법을 다양하게 통제하면 인간의 선택에 관여하는 뇌의 부분, 기쁘거나 슬플 때 뇌의 어떤 부분이 작용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또 겉으로 보이는 감정이 다르더라도, 실제로 뇌의 관할하는 부분이 비슷한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뇌 영상 활용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에는 없던 신경윤리학, 신경경제학 같은 새로운 융합 학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대열 예일대 교수는 이를 이용해 ‘뉴로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신호센터 연구팀은 최근 MRI의 기본 원리를 응용한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 냈다. MRI가 뇌의 혈류(산소)를 측정해 뇌 기능을 영상화하는 것과 달리 뇌파가 일으키는 미세 자기장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수소이온(양성자)을 측정, 뇌 기능을 영상화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자기장 세기는 fMRI에 비해 100만 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면서도 비슷한 수준의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김기웅 표준연 생체신호센터장은 “자기장 출력을 높이기 위해 뇌 영상 장치가 점차 고가화 되는 상황에서 자기장 대신 생체 자기장을 활용하는 것은 접근법을 달리한 역발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글=박건형 서울신문 기자
뇌질환 정복 도구 개발...방사선 개발이 뇌연구 새 장 열어
Discussion in '뉴스탐방, Public article' started by Mind Central, 2014-08-03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