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원전 건설에 맞서는 영덕 주민들 이야기
"전기에 의존하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고다현(나눔문화연구원) 2014.10.28
나눔문화는 10월 23일,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군에 다녀왔습니다.
강원도 삼척과 같이 원전 4기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덕은 한국 최초로 핵 폐기장 반대 운동을 시작한 곳입니다.
1989년과 2005년 두 번에 걸쳐 핵 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되었고
주민들은 국도를 점거하거나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격렬한 저항으로 모두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후 핵폐기장을 추진했던 정부와 영덕군청이
반대했던 주민들을 탄압하기 시작하면서 다수가 재판장에 서고,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던 주민 몇몇은 불매 종용으로 식당을 폐업하고 고향을 떠났고,
농민들은 각종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농사일을 접고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2년, 원전 건설 후보지로 또다시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영덕 주민들은 깊은 상처를 안고, 원전 반대의 목소리를 꺼내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근 삼척에서 주민 투표가 진행되어 '압도적 반대'의 입장을 밝히면서
영덕 주민들의 반대 여론도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원전 반대 운동을 이어온 희망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눔문화가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전합니다.
사라질지 모르는, 영덕 바닷가 마을 풍경들
강원도 영덕군의 푸른 바다 ⓒ 나눔문화
원전 건설 부지에 포함되는 영덕군 노물리 모습 ⓒ 나눔문화
영덕 바닷가마을 풍경 ⓒ 나눔문화
내일 새벽에도 바다로 나가기 위해 그물을 가다듬는 영덕 주민의 모습 ⓒ 나눔문화
영덕 원전 건설 예정지에서 설명하는 이병환님 ⓒ 나눔문화
영덕 토박이 주민으로, 방폐장 건설 반대 운동부터 지금까지
영덕의 원전 반대 싸움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병환님입니다.
<영덕핵발전반대투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원전 관련 논문과 자료, 책을 보았고
의문스러운 것들을 각 기관에 직접 질의하며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98년도에 군의원으로도 당선되어 활동했고, 현재 무농약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영덕 원전이 세워지는 지역은 지진의 위험이 있는 '활성단층'으로 되어있습니다.
바위들도 부서질 위험이 있고, 벌써 금이 가 있는 것들이 많아요.
제가 그 사실을 질의를 하니까, 답변이 어떻게 왔냐면
"지진 나는 곳에 건설해야, 지진 나는 곳에 수출할 수 있다" 고요.
나중에 항의하니 본인들도 당황하며 발뺌하더라고요.
주민들도 화력발전은 많이 반대합니다.
원전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고 홍보하는데,
오히려 화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다는 수치가 밝혀지면 어떻겠습니까."
영덕 원전 건설 예정지에서 피켓을 든 주민 이병환님과 나눔문화 연구원 ⓒ 나눔문화
원전에서 내뿜는 온배수가 바다 온도를 엄청 높입니다.
서해는 중국 원전들 때문에 35도까지 올라갈 것이라 하고,
동해도 올해 30도가 넘어서 온천이라는 기사가 떴어요.
바다에 용해되어 증발되는 그 이산화탄소 수치가 화력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바다 온도가 올라가서 저 위의 성층권과 온도차가 70도 이상 나면, 토네이도가 와요.
바다를 식히기 위한 자연의 섭리죠.
원전은 아주 거대하고 복잡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분만 보고서 건설을 결정해서는 안됩니다.
지질학부터 바다 생태계, 핵폐기물 처리 방안, 주변 공동체에 미칠 영향 등등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게 어마어마한데,
순진한 주민들에게 그저 한 영역의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찬성해야 한다, 문제없다고 호도를 많이 합니다.
전문가들은 딱 자기 분야만 알아요. 만물박사 아닙니다.
달팽이 뿔 맹키로, 원전의 작은 부분만 잡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원전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고에 완벽히 대응하겠습니까.
핵폐기물 전문가도, 원전 전문가도 없다 말입니다."
- 이병환님, <영덕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
영덕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 박혜령님 ⓒ 나눔문화
영덕으로 12년 전 귀농한 박혜령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현재 <영덕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이며,
2012년에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했습니다.
주민들을 만나다가 가장 가슴 아프고 힘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분들의 눈빛에서 두려움, 공포가 비칠 때에요.
권력자들은 안전하다고 찬성하라고 강요하는데
뉴스 보면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하고, 항의하는 사람들은 배척당하고 하니까
"도대체 어디에 서야 내가 안전한 걸까" 그 복잡한 마음.
어느 날은 어촌계장님이 사석에서는 반대한다고 말씀 잘하셨는데
시사프로 인터뷰에서는 찬성인지 반대인지 애매하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끝나고 날 보더니 막 떠시면서, "아 내가 정말 반대 했는데 어쩔줄 모르겠다
찬성하라고는 말 안했어"하며 변명을 하시는데 너무나 안쓰러운 거예요.
자기 생각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검열해야 하는 이 분위기가..
주민들 마음속에 다 공포가 있어요.
생활문화를 자꾸 전기에 의존하게 만들어요.
옛날에는 냉장고 필요 없이 집주변에서 바로 뜯어다 먹고 나눠먹고 했으니까.
빨래는 개울에서 하고. 도시가 있어도 중간중간에 농촌이 있어야 유지 가능하고.
사람이 통제가 가능한 규모였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농사짓는 사람들도
대형할인마트에서 싸게 많이 사서 쟁여놓고,
세상은 그게 풍요로운 거라고 규정하고 열등감 심고.
이웃들도 서로 별로 안 필요한 거예요. 만나봐야 비교하느라 배만 아프고.
같이 모여 어려움을 이겨내고 속풀이하던 기쁨도 사라지고,
재밌는 건 다 스마트폰이 해주니까 심심하지도 않아요."
영덕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식구들과 함께 외쳤습니다 "영덕 원전 건설 반대!" ⓒ 나눔문화
원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돌아보아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귀농 와서 얼마 안 있다가 풍력발전 문제가 생겼어요.
정부에서 친환경 에너지 추진하니 풍력발전한다는 업체들이 늘어났는데,
너무 난립한다면서 대규모 단지로 묶어버렸어요.
원래 그런 건 소규모로 난립해야 맞는 거 아닌가요?
이 앞 산맥에 풍력발전기가 41개가 대규모로 세워졌는데
규제도 갖춰져있지 않고, 완전 무분별 토목건설이에요.
산 정상에 세우는데 깎아내는 나무들이며 파괴하는 농지며..
산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양을 생각하면 도저히 친환경 에너지라고 부를 수가 없어요.
발전하는 시간도 얼마 안 되고. 우리 지역 전기는 울산에서 오는데
저 풍력전기는 또 송전탑 세워서 수도권으로 가요.
안 좋은 물질 안 나온다 해도 그 거대한 발전기 밑에서
사람이 살 수도, 농사지을 수도 없어요. 과연 이게 대안인가.
다 세워놓고 주민설명회 한다길래, 주민 100여 명이랑 소송을 걸었는데
관계자들이 당신들 패소하면, 손해배상 걸어서
집안 망하게 한다며 협박하더니 7명만 남았어요.
모든 에너지를 돌아보고 적절한 규모와 규제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해요.
지역별로 어떤 형태와 규모로 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인간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통제시스템도 세우고요.
무슨 시설 들어설 때마다 주는 지역 보조금도 농촌마을 다 망치고 있어요.
거기에 의존하게 되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어요.
언제까지 지역 주민들이 이 고통을 다 짊어져야 합니까.
삶의 힘을 다 잃어버려야 합니까.
저희는 영덕에서 단순히 원전 반대 표가 늘어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당사자인 주민들이 자기 삶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해요"
- 박혜령님, 영덕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
함께 보면 좋은 글
[원전의 진실을 알리는 소책자] '나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신청하기 ▶
[현장] 30년 간 원전 건설을 막아온 삼척 주민들의 이야기 ▶
[성명] '원전 없는 세상' 삼척 주민들의 뜻을 외면한 한국 정부 ▶
[현장] 원전 건설에 맞서는 영덕 주민들 이야기
Discussion in '뉴스탐방, Public article' started by Mind Central, 2014-11-07 17:41.